[스토리클럽 2기]45년의 동행, 관악구 시장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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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의 동행, 관악구 시장

최진서

 

 내 기억 속의 1976년 관악구는 비포장도로와 논, 밭 그리고 공동묘지가 대부분인 황량한 곳이었다. 주변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서울의 여느 곳처럼 아파트와 주택이 즐비한 도심으로 바뀌었다. 많은 것이 변해버렸지만 나의 성장을 지켜봐 주었던 몇몇 재래시장만은 여전히 생동감이 넘친다.

 

강아지야! 어부바, 시장 가자!

미성동 도깨비시장


아주 어릴 적 일이지만 생생한 기억이 있다. 나보다 덩치가 컸던 우리 집 개 등에 업혀서 갔던 시장이 있었다. 미성동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알았다. 44년 역사를 가지고 예전에는 신림11동에서 12동으로 변경. 현재는 미성동으로 변경되어 미성동 도깨비시장으로 알리고 있다. 또한 이곳은 시장 안에 도로가 형성되어 있어 차량이 지나다니고 있다. 잠시 차량으로 장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훌쩍 크는 동안에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이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10여 년이 지나 한국에서 아시안게임, 올림픽 게임이 열렸을 때였다. 도시 미화를 이유로 정부는 남루해 보이는 것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불법 적재물을 치우면서 시장 통로가 훨씬 넓어졌지만, 일방적인 조치에 상인들의 마음은 허해졌던 시기다.

생각해 보면 나는 골목과 시장 사이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어머니의 콩나물, 두부 심부름은 내 몫이었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골목시장인 이곳으로 한달음에 오곤 했었다. 중학생 때에는 학교가 남강중학교라서 시장은 학교를 오고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그렇게 하루에 2번 이상 도깨비시장을 방문하다 보니 시장은 친숙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된 후에 시장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장소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관악구의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어 온누리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으니, 주머니 형편도 살펴주는 시장이다.

   

미성동 도깨비 시장

  


친구들과의 추억

조원동 펭귄 시장

 

집에서 가까운 시장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나는 종종 걸어 다니며 이곳저곳 탐방하기 좋아했다. 그렇게 알게 된 곳이 펭귄시장이었다. 이곳을 알게 되서 그 동네 친구들과 놀다 보니 어느 순간 초등학교에서 다시 만나곤 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허가받은 곳이 아닌지라 골목시장으로서 바로 앞에 위치했던 곳. 현재는 사라져버린 펭귄아파트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곳이 펭귄시장이 되었다. 약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목시장으로서 현재는 인가받아서 동일한 이름 펭귄시장으로 등록된 상태다. 바로 근처인 신림중앙시장하고는 다르다. 언젠가는 두 시장이 한 이름으로 쓸 날이 올 수도 있을 듯 보인다.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는 친구들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구슬치기, 딱지, 술래잡기 등등의 다양한 놀이를 함께 했던 펭귄아파트와 펭귄시장. 아련하게 이곳에 오면 친구들이 생각난다.

 

일상에 밀접한 곳은 아니어서 발길이 끊겼다가, 거의 30년 만에 다시 가 보았다. 대부분의 시장이 그러하듯 현대화되어 깔끔한 모습이다. 이름도 바뀌어 지금은 신림중앙시장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두 시장이 바로 옆에서 공존하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골목시장은 대부분 노점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장사가 좀 자리를 잡으면 간판을 걸고, 상점의 틀을 잡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번듯한 가게가 되면 물건이 더 깔끔하게 정리되고, 보기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데, 어쩐지 옛정서가 옅어져 버린다. 통일된 서체의 간판, 비슷한 모양의 상품이 주는 안정감이 가게마다의 개성을 지워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오래된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나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있다.

 

 

  

 

조원동 펭귄시장(신림 중앙 시장)

 


술 한 잔의 축제

우리 마을 신원시장

 

예전에는 신림1동 골목시장으로 1969년 시작됐다. 그 당시만 해도 주변이 논, 밭으로 이뤄져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많이 된 곳이다. 또한 규모도 115개 점포가 있을 정도로 현대화이고, 이름도 시대 흐름을 따라서 신원시장이 된 것이다. 즉 명칭이 신림1동에서 신원동으로 변경되어서 시장 이름도 신원시장이 되었다. 또한 교통의 요충지인 신림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지라 찾아 기기 좋은 장점이 있다.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혹은 퇴근길에 들르기 좋은 위치이다 보니, 양손 무겁게 먹거리를 구입하기에 좋다. 종류가 다양한 반찬가게는 알록달록 색깔도 예쁘다. 떡볶이, 김밥 등의 간식은 매일 매일 새로운 유혹이고, 역세권의 쟁쟁한 횟집들을 제치고 신선함과 가격으로 승부를 겨루는 시장 횟집도 있다. 나름대로 경쟁하느라 ‘서비스’를 얻어 주거나 (옛 방식이지만) 현금을 내면 할인을 해 주는 일도 정겨운 느낌이 있다. 정육점 쿠폰을 열심히 모아서 5,000원 할인받는 쏠쏠한 재미가 단골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시장과 식당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저녁 반찬 등을 사면서 군것질을 하는 것도 즐거운 중의 하나다. 또한 이곳에는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있어 점심부터 저녁까지 끼니를 챙기려는 사람들이 계속 방문을 이어가는 곳이다. 출출할 때는 단돈 만 원 한 장이면 간단하게 막걸리에 국수와 김치전까지 먹을 수 있으니 저녁 겸 술 한잔을 할 수 있는 서민들의 시장이다.

 

  

 

신림 1동 신원시장

 

 

엄마가 좋아하던 가성비 시장

우림시장

 

어느 순간 골목시장이 마트로 변신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곳 우림시장이다. 이곳의 역사는 45년이 넘은 곳으로 난곡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시장을 이용하곤 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집들이 많은 것이 아니다. 우리 집 앞에도 두 집밖엔 없었으니,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젖소를 키우는 곳도 있었고, 아파트로 되어있는 곳들이 공동묘지였으니, 글로 설명하기엔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작은 골몰 시장들은 많았지만, 이곳 우림시장처럼 규모 면이나 가격이 다른 골목 시장과 비교하면 저렴한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조금 멀더라도 이곳을 찾곤 했다. 내 어머니도 동생을 업고 나를 데리고 이곳을 간혹 방문했었다.

현재 그 당시 상상을 하면 100원도 안 되는 돈을 할인받거나 양을 더 달라고 흥정하기에 이 먼 곳까지 방문했다. 버스 정거장 4곳을 걸어서 이곳까지 방문했었다. 저녁 반찬과 다음 날 아침 반찬을 만들기 위해 갈치와 두부 그리고 콩나물을 사면서 주인과 흥정하면서 양을 조금 더 받곤 하셨다. 동생은 어려서 걸어가다가 힘들면 어머니 등에 업히곤 했었다. 그리고 난 그 옆에서 마냥 좋은 듯 웃곤 했다. 기존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이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최대한 먼 곳까지 가는 것이 나한테는 행복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여행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현재는 이름만 우림시장이고 간판은 월드마트로 식자재 전문 매장으로 변경되었다. 어느 순간 대형마트들이 생겨나고 경쟁에서 밀려서 현대화한 듯 보인다. 오래된 곳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림시장


 

어느 북경 뒷골목 시장

관악 신사시장


신사시장도 이름이 변경된 것은 신원시장과 유사하다. 예전엔 신림4동 골목시장에서 지역이 신사동으로 변경됨에 따라서 이름도 신사시장으로 바꿨다. 또한 시장에 규모도 커져서 지금은 관악구에서 규모 면으로 1~2등을 달리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적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가 조금씩 주변 삶의 터전이 중국교포와 한족들이 늘어남에 따라서 시장도 변화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어느 순간 이곳에 오면 한국제품과 중국제품이 한곳에 어우러져 마치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있는 시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점점 더 중국교포들과 중국인들이 이곳 주변에서 삶의 터전을 자리 잡고 있어 시장도 변화하고 있었다. 5년 전만 해도 한국 관련 물건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중국 관련 물건들이 더 많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서 중국 여행을 가기가 어렵지만, 2000년 이후 중국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곤 했었다. 특히 북경에서 먹었던 매운 닭 날개는 아직도 기억 속에 잔잔하게 남아있다. 한국에서 이 맛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식당을 방문했지만, 아직 못 찾았다. 그래도 이곳 신사시장에만 오면 중국에서 보냈던 기억들이 생각나곤 한다. 우리에게 먹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북경 오리를 북경에서만 맛보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북경 오리와 중국술을 먹으면서 중국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껴도 즐거울 것 같다.

 

중국에서만 접할 수 있는 중국 빵, 요리 등등을 가까이서 먹을 수 있다. 여기도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시장을 형성한다. 중국인 대상 여행업을 하는 여행사와 환전소도 시장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조만간 중국 여행을 가기 전에 이곳 환전소를 찾아갈 예정이다.

 

   

 
관악 신사시장


필자소개 : 스토리클럽 2기 최진서

3살 전후 청량리 어느 마을에서 부터 서울에 살고 있다.

그 당시만해도 호기심인지는 모르나 내가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걷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76년 신림동으로 이사와서도 조금씩 새로운 곳을 걷기 시작했다.

어리기에 길을 잃어버릴 수 있기에 숫자를 세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래서 서울이라는 곳은 내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곳이고 추억이다.

중고등학교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집까지 걷기도 하고 새로운 동네에 놀러가면 주변을 걷곤했다.

서울은 친구와 술,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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